출교는 함부로 남용할 칼이 아니다!
출교는 함부로 남용할 칼이 아니다!
  • KMC뉴스
  • 승인 2024.02.1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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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의 ‘B 목사 출교’ 판결에 대한 감신대 86학번 입장

지난 2월 8일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로부터 출교를 선고 받은 B목사의 감신대 입학동기인 우리는 이번 재판의 결과에 대해 심히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감을 표한다. B목사와 관련한 소문을 접하면서 ‘교우들과 원만하게 해결하여 교회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도해왔다. 그러나 사태는 안타까운 방향으로 흘렀고, 급기야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에서 B목사에게 교회법의 최고형벌인 ‘출교’를 판결했다는 소식에 아연실식했다. 이에 우리는 서울남연회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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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은 철저하게 법리적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정황이나 증언만으로는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 법원이 ‘증거재판주의’를 채택하는 이유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증거재판주의-①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하며 ②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감정이나 추측이 아닌 증거에 의해야 하고, 유죄판결을 하려면 합리적인 관점에서 무죄의 가능성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형사소송의 대원칙이다. 교리와 장정 [1408] 제8조(준용규정, “이 재판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은 사회 재판법에 준한다.”)를 참고할 때 모든 교회 재판은 ‘증거재판주의’에 근거해야 한다. 하지만, 목회자들이 법적인 판단을 적확하게 할 수 없기에 심사와 재판기구에 법조인을 위원으로 세워 조언 받도록 한다. 따라서 심사와 재판기구에 있는 법조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은 철저하게 법리해석에 따라 양심적으로 조언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들에게는 중대한 문제이기에 여론재판으로 몰아가서도 안된다. 정확한 법규정에 맞게 혐의사실을 살피고 처벌 규정에 따라 적합한 양형으로 결론내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서울남연회 재판과정과 선고에서 드러난 문제를 아래와 같이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는 강제수사권으로 수 개월 동안 수사한 경찰 조사 결과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생뚱맞게’ 출교를 판결했다. 피해자로 알려진 C전도사가 경찰에 B목사를 고소한 사건은 약 5개월의 조사 끝에 결국 ‘불송치’(혐의 없음)로 결정났다. 또한 B목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기소결정효력정지가처분’에서 법원은 기소 결정을 무효로 볼 여지가 크다며 인용했다. 이로써 B목사는 담임목사직에 복귀할 수 있었다. 감리회 재판기구에는 강제수사권이 없기에 사회 수사기관의 조사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교회 재판 결과에 불복하여 사회법으로 판단받고자 하는 경우가 많고, 사회법에서 교회 재판의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때문에 교회 재판의 무용론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이다. 그런데 법리적 사고와 판단이 아니라 ‘성경적 간음죄’라는 ‘희한한’ 논리를 들이대 ‘얼토당토 않은’ 출교 판결을 한 재판위원회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또 성추행 혐의를 ‘간음죄’로 판단했다고 언론에 밝혔는데, 성추행이 어떻게 간음죄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어떤 유형의 성추행을 간음죄로 규정할 수 있는지, 성추행을 이유로 출교를 판결할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만일 설명하지 못한다면 재판권을 남용한 것이며, ‘권한남용과 규칙오용’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판결 이유 고지 의무를 위반했다. 감리회 한 언론은 “이날 재판부는 판결이유는 추후 각자에게 통보한다며 B** 목사를 출교한다는 판결 주문만 낭독하고 마쳤다.”(KMC뉴스 2024.2.8.)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할 때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했다.(제43조 후문) 또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상소할 기간과 법원을 고지해야 한다.(제324조) 그런데 재판위원장은 주문만 읽었다. 경우에 따라 주문만 읽을 수 있는 민사소송법에 따랐다고 변명할 수 있으나 출교와 같은 교회법 최고벌칙을 선고하면서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생각하기에 따라 판결문을 제대로 완성하지 않았거나 위원들의 판단에 대한 조율이 되지 않았던 것일까 하는 합리적 의심마저 든다.

셋째, ‘죄형법정주의’를 어겼다. 어떤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행위 이전에 미리 성문법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는 원칙이다. B목사의 기소내용 핵심은 ‘2017년에 일어났다는 성추행’이었다. 그런데 2017년 교리와 장정에는 성추행 처벌 규정이 없었다. <※재판법 [1303] 제3조(범과의 종류) 13항 "부적절한 결혼 또는 부적절한 성관계(동성 간의 성관계와 결혼 포함)를 하거나 간음하였을 때"> 이 재판을 법리적으로 판단하면, “2017년 장정의 재판법 범과에 성추행이 없으므로 판단 대상이 되지 못해 재판할 수 없다. 따라서 각하한다.”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를 인지했던 서울남연회 심사위원회는 성추행을 넓은 의미의 간음죄에 해당한다며 기소했다. 그런데 B 목사가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인용의 핵심사유가 ‘성추행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임을 안 후 공소장 내용을 ‘성추행’에서 ‘간음죄’로 변경하여 재기소했다. 성추행이 간음죄로 둔갑한 것이다. 성추행과 간음죄는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회가 ‘억지’를 부린 것이다. 피해자의 진술을 고스란히 인정한다고 해도 성추행과 간음죄를 동일시 할 수 있는가? B 목사가 심사위원회의 기소로 담임목사 직무가 정지되자마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소한 ‘직무정지효력정지가처분’의 판단에서 판사가 인용한 이유도 그것이었다.

그렇지만 심사위원회의 이러한 억지를 재판위원회가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위원장은 선고 직후 “교리와 장정에 따라 '간음'으로 판단했고, 공동체 회복과 사회정의 차원에서 출교를 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경적 간음죄’라는 잣대로 판단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재판위원장은 성추행을 간음죄로 둔갑시켜놓고 ‘정직-면직-출교’의 벌칙 중에서 가장 무거운 형인 출교를 선택한 근거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공동체 회복이라고 말했는데 B 목사를 여전히 신뢰하고 따르는 성도들에게 비수를 꽂은 것으로, 회복이 아니라 분열을 심화시킨 꼴이다.

재판위원회의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재판의 정당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번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의 출교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 ‘사회정의’ 운운하며 법리적 판결을 내리지 못한 재판위원장과 재판위원들은 재판의 정당성을 담보하지 못한채 엉뚱하게 판단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제 B 목사의 항소 의지에 따라 최종 판단은 총회재판위원들에게 넘어갈 것이다. 총회재판위원들께 정중히 요청 드린다. 온전히 법리적으로 판단하고 판결해 주시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기독교대한감리회 최고 재판기구의 권위를 세워주시길 기대한다. 재판의 정당성을 담보함으로써 재판위원회의 권위를 세우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하며 거듭 요청 드린다.

감리교신학대학교 86학번 동기들 (가나다순)

공성훈 구형범 김순주 김영주 박성호 박승효 박종운 방형일 배홍성 신창윤 안대영 유성열 원충연 이기록 이기용 이송우 이진석 이원목 임성빈 장석주 장이규 최성복 최신성 최태수 홍용표 황기수 황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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