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위원회의 입장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위원회의 입장
  • KMC뉴스
  • 승인 2015.04.1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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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작년 4월 16일에 세월호에 갇혀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 속에 죽어간 영혼들과 단장의 고통을 견디어내고 있는 유족들의 아픔을 기억하며 하느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 세월호 참사는 이기주의와 맘몬 숭배 그리고 악의 평범성이 우리 사회공동체를 지배하며 양심과 영혼이 상실되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교회는 깊은 책임을 함께 느끼지 않을 수 없다.

3. 모든 정책과 행정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후화된 배의 운항, 수익 창출만을 위한 직원채용과 화물탑재, 불법적인 운영 등은 해당기업 뿐만 아니라 관계기관의 비리가 연루되었음이 밝혀졌다. 또한 사고의 과정에서 드러난 관제 시스템 상의 직무유기, 구조과정에서 드러난 당국의 무책임과 무능력 그리고 침몰 방기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배반이었다.

4. 때문에 유족들은 목숨을 건 단식까지 결행하는 등 진실 규명을 간절히 호소하였다. 이는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요구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주장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고 진상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기까지 벌어진 상황들은 우리 사회가 생각보다 깊은 병에 걸려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유족들을 향한 정치적 편견과 진영논리로 편을 가르며 매도하고 심지어는 조롱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타락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인간의 양심과 정의보다 정치적 이익으로 주도되고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5. 또한 엄청난 비용을 이유로 세월호의 인양을 포기하자는 주장까지 등장하는 것은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인간의 생명과 양심 그리고 진실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비정한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세월호가 보물섬이라면 인양을 포기하겠는가

6.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공동체에 부과된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성과 양심을 바로 세우기 위한 출발이며 타락한 영혼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비록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면 우리의 공동체 윤리는 다시 살아날 것이고 정의와 사랑이 존중되는 사회로 거듭날 것이다.

7. 세월호 참사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모든 것을 국민 앞에 고해하고 참회 할 것을 권고한다. 이 길만이 억울하게 숨져간 영혼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며 유족들의 눈물을 씻어주는 길이다.

8. 대한성공회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전국의 신자들은 4월 12일(주일) 세월호 참사로 숨져간 영혼들과 유족들을 위로하는 예배를 올릴 것이며 한 주간을 애도의 기간으로 삼고 진상 규명과 선체 인양을 기원하는 기도를 바칠 것이다.

2015년 4월 5일 부활주일에
대한성공회 관구 정의와 평화위원회
위원장 장기용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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