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눈물'
세월호 특별법, '눈물'
  • 김홍술
  • 승인 2015.04.30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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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술 목사와 방인성 목사의 40일 단식현장 그후...(5)

온 나라를 들썩이는 ‘세월호 특별법’ 정국은 결국 이른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법으로 제정되게 하느냐 여부에 첨예하게 맞붙어 있었다. 우리 단식천막에는 굵직한 야권 인사와 ‘새민련’ 국회의원들이 많이 들렀다 갔다. 한명숙 전 총리와 한완상 전 부총리, 조희연 교육감이 찾아왔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자 현 교육감은 몇 차례나 왔었고, 이학연 의원은 자주 들렀다. 하지만 철면피 여당을 상대하는데 거대 야당이 너무 무력하다고 불만이 높다. 뉴스를 통해 여당과 협상권을 쥔 박영선 의원이 두 번이나 헛발질 한 보도는, ‘세월호 특별법’에 열망을 갖고 울부짖고 있는 유족과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줄 뿐이었다.

우리가 단식장에 들어설 때 천주교는 따로 광화문 광장 앞쪽으로 나아가 세종대왕 좌상 앞에 이미 별도의 천막을 쳤다. 엄청난 경찰의 경계를 뚫고 자리를 잡은 사제단 중심의 천주교 천막은 매일 저녁 상당한 규모의 미사집회를 열고 있었다. 열 댓 명의 신부님들이 강렬한 뙤약볕 아래 천막 안에서 이미 일주일 여 앞서 단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어느 날 갑자기 천막을 자진 철거하고 물러가 버렸다. 참 궁금한 일이었다. 며칠 뒤 통진당 단식농성장도 자진 철수하였다. 결국 세게나간 두 곳은 없어지고 청운동 주민센터 마당에 자리 잡은 유가족들과 이곳 광화문 단식천막 부스 촌만 남게 되었다. 다행히도 기독교 측이 청운동 주민센터 맞은편 보도에서 매일저녁 기도회를 열고 있었으며, 광화문 단식장에는 국민대책위가 문화마당을 이어가고 있었다.

불교 측은 조직적인 참여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마침 내가 들어온 다음 날 불교계 유명한 도법 스님 이 몇 명의 일행과 함께 우리에게 들렀는데, 세월호법 제정을 두고 한판 촌각을 다투는 현장에 와서 ‘지리산 실상사에서 긴 호흡으로 일천일 기도제단을 쌓기로 했다’며 우리와 이견을 확인만 한 채 돌아 갔다. 이 후 몇몇 스님과 비구니 스님 여럿이 간간 들르는 가운데, 한 비구니 원정 스님이라는 분은 매일 저녁 꼬박꼬박 들러서 우리 두 목사의 손과 팔과 등을 쓰다듬으면서 이른바 ‘기(氣 )치료’를 해 주었다. 흡사 기독교의 ‘안찰기도’와 비슷하였는데 치료도 치료지만 이웃 종교인 간의 정겨운 모습에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기도 했다.

불교와 달리 원불교는 달랐다. 천주교와 비슷한 종단 위계질서의 특성도 그렇지만 정갈하고 품격을 내뿜는 남녀 교무들의 행동이 자못 모범적이었다. 조용히 그리고 배려와 겸손함이 배어있는 지도자들과 신도들의 품행이 돋보여 부럽기도 했다. 그 특이한 여운이 긴 종소리와 경건하고 예스러운 주문기도가 끝나면 주변 인사와 명랑한 대인관계가 열린 모습의 종교임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교나 기독교나 천주교에 비해 규모가 비교되지 않게 군소 종단이지만, 대 사회적 참여와 종교간 대화 등에도 적극적인 편으로 알려졌다.

자고로 종교란 종교를 따르는 자들 곧 지도자들과 신도들의 모습이 그 종교를 말해준다. 종교의 가르침과 교리의 심오함이 아무리 하늘을 찌른다 하여도, 그것을 믿고 전파하는 자들의 품성과 언행이 세상의 뭇 대중들에게 존경을 받을 만하지 못하다면 종교의 참 가치를 잃었다 할 것이다. 명색이 기독교란 종교의 지도자로 지칭 받는 목사인 나로서 오늘날 땅 바닥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기독교를 생각한다면, 오늘 우리가 목숨을 내 놓고 대한민국에 정의와 진실을 찾아 바로 세우겠다고 기도하며 몸부림하는 운동이 부끄럽고 면목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우리의 단식은 금식이 되어야 하며 그 금식은 옛 예언자 이사야가 말한 대로의 실천운동이어야 한다.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바로 이런 것이다. 주 야훼께서 말씀하셨다. 억울하게 묶인 이를 끌러주고 멍에를 풀어주는 것, 압제받는 이를 석방하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버리는 것이다. 네가 먹을 것을 굶주린 이에게 나눠주는 것, 떠돌며 고생하는 사람을 집에 맞아들이고 헐벗은 사람을 입혀주며, 제 골육을 모르는 체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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