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웽웽’ 사이렌을 울리고...
새벽녘 ‘웽웽’ 사이렌을 울리고...
  • 김홍술
  • 승인 2015.06.01 0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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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술 목사와 방인성 목사의 40일 단식현장 그후...(14)

아마 6시 쯤 연락한 모양인데 녹색병원 구급차가 도착할 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 먼저 소방서 119 구급차가 와 대기했고 거리가 있는 녹색병원 차가 올 때까지 주변 도우는 손길들이 괜히 초조한 모양이다. 이윽고 차가 도착하자 우리는 무슨 사고현장에서 응급 구조되는 마냥 이동용 매트로 올려 졌고 벨트에 묶였다. 나는 119 차에 방 목사는 녹색병원 차에 각각 실려서 어두움이 막 걷히는 새벽녘 ‘웽웽’ 사이렌을 울리고 내 달린다.

벨트에 묶인 짐짝 같은 몸은 덜컹거림과 좌우 쏠림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차안에 다른 누군가가 곁을 지키고 있다. 눈치 빠른 판단과 손놀림으로 수발을 자처한 뉴스앤조이 대표 김종희 기자, 항상 그렇듯 말없이 그림자처럼 꼭 필요할 때 보면 옆에 있다.

이윽고 응급실에 도착하니 혈압, 맥박, 심전도 검사를 하고 환자복을 입혀준다. 링거를 붙이려하자 나는 그 와중에도 간호사에게 체중계를 부탁했다. 부축을 받고 겨우 체중계에 올라서니 아뿔싸 55킬로다. 조금 있으니 최헌국 목사, 권술용 선생, 김창규 목사가 뒤좇아 왔고, 8시쯤 수염 긴 특유한 인상의 한 분이 들어와 수더분하게 인사를 하는데 자신이 원장이란다. 초면에 특이한 용모지만 같은 ‘수염’과 라서 그런지 친근감이 간다. 우리 둘은 일단 3층 6인실로 옮겨졌고 곧이어 5층 2인실로 배치되었다. 병원 측서 일부러 둘만을 위해 2인실을 준비해 준 모양이다.

12시 30분경 드디어 대망하던 첫 죽식이 들어왔다. 쟁반위에 다섯 개의 하얀 그릇들... 희멀건 미음 반 공기 정도에 간장, 동치미국물, 쇠고기국물, 그리고 오렌지 주스였다. 몽땅 물 종류다. 우리 둘은 첫 상을 받아들고 너무 감격스럽고 기뻐서 입이 찢어지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아! 이 밥상, 이 은혜로운 하늘이 내리신 선물. 그 향긋한 냄새와 혀끝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맛...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한술 뜨고 또 웃고, 이 기쁨을 아무나 잡고 말하고 싶어 방방 떴다. 김 기자는 우리의 천진스런 표정을 놓칠세라 기자정신이 발동해 잽싸게 앵글에 집어넣는다.

오후 4시가 돼서야 새벽부터 지금껏 여전히 방 구석구석 뭔가를 부지런히 뒷바라지 하던 김 기자가 그제야 볼일 보러 나간단다. 방 목사가 섬기는 교회에 자원하여 전도사 직도 맡고 있다는 그는, 오래전 구면이었지만 서로 깊이 알아가는 소중한 인연으로 다시 다가왔다. 수액 줄에 매달려 지내는 게 약간의 불편함이 따랐지만 미음 두 종지에 확연히 기운이 도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밤이 깊어 가는데도 우린 보식에 관련된 이야기와, 우리 없는 광화문 광장 이야기로 10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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