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대한성공회 생명과 환경위원회 성명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대한성공회 생명과 환경위원회 성명서
  • KMC뉴스
  • 승인 2015.11.13 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선교 125주년을 맞이한 대한성공회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선교공동체로서 이웃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으며, 더 나아가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지구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한다는 선교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불의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선교 125주년의 표어는 “‘자연’, ‘사람’, 그리고 ‘하느님’과의 화해”입니다. 성공회 정신은 “지금, 여기”에서 복음적 성찰을 통해 시대의 ‘징표’와 ‘표징’을 알아차리고, ‘늘 깨어 기도’하며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실천’을 우리에게 요청합니다. 우리는 성서의 영감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대자연이야말로 ‘하느님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거울’이며, ‘하느님의 경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질서한 자연파괴를 경계하고 막는 일은 선교적인 동시에 복음적 요청입니다.

-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는 환경부 검토기준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1, 2차 공원위원회에서 부결된 안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동계올림픽 이전 케이블카 설치 독려로 지난 8월 28일 제 3차 공원위원회에서 조건부로 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공원위원회는 그 구성원부터 부자격자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설악산은 우리나라 산 중에 가장 엄격하게 보호를 받는 산입니다. 설악산은 1.국립공원, 2.유네스코 생물권 보호구역, 3. 산림유전자원 보전지역, 4. 천연보호구역, 5. 백두대간 보호지역이라는 다섯 가지 보호를 받는 민족의 영산입니다. 이 땅 어디에도 설악산처럼 다섯 가지 빗장으로 잠긴 곳은 없습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22대 명산에 설악산이 포함된다는 것은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후대에 넘겨주어야 합니다.

- 신뢰할만한 조감도에 의하면 설악산의 케이블카 설치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설악산에 호텔과 레스토랑을 짓고 산악자전거, 산악 승마장, ATV 경기장을 만들어 유원지로 만들겠다는 속셈이 담겨 있습니다. 이어서 백두대간과 전국의 전체 국립공원의 유원지화(化)를 획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설악산 공원위원회 조건부 승인으로 인해 기다렸다는 듯이 신불산, 지리산, 백암산, 한라산에 케이블카 설치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는 ‘산으로 간 4대강’의 시작임이 분명합니다. 하느님께서 지으신 뭇 생명들과 숭고한 자연을 돈(mammon)으로 환산하여 그것을 독차지 하려는 맘몬주의(mammonism)적 사고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가릴 뿐입니다.

-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자인 강원 양양군이 환경영향평가 항목·범위·방법 등을 정하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장에 군 공무원을 임명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업 당사자는 협의회 위원에서 제외토록 한 현행 법령을 어긴 것입니다. 착공 전 주요 행정절차인 환경영향 평가도 입맛대로 실시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는 이제 한 고개를 넘었을 뿐입니다. 공원위원회의 승인은 위법성이 지적되었습니다. 참석한 위원들 대다수가 오로지 승인을 위한 거수기 역할만 한 장치에 불과했습니다. 1,2차 공원위원회와는 달리 3차 공원위원회는 정부당국이 미리 선정해 놓은 인사들을 통하여 최초로 과반수 승인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그러나 심의 과정에서 7가지 이행 조건이 제시돼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행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방식은 앞으로 더욱 문제를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환경청에서는 환경영향평가 심의과정을 거처야 하고, 문화재청의 문화재현상변경허가와 산림청의 백두대간 산지전용 사용협의 등을 거쳐야 합니다. 단 한 가지도 수월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 드러나는 문제점들
케이블카를 주관하는 양양군과 강원도청은 앞서 언급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주최 측에서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가 경제적으로 열악한 강원도민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세계적 경제대국인 이 나라에서 자본이 독점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GDP 24,000달러의 대한민국이 개발이 안 되어 빈곤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작금의 실태는 소득상위 1%가 부의 24%를 소유하고, 소득상위 10%가 66%의 부를 차지합니다. 결국 50%의 민초들이 부의 2%를 나누어 갖습니다.) 때문에 빈곤으로 인한 고통은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정의 문제라고 말해야 합니다. 대한성공회는 장차 완성될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위해 고스란히 되돌려주어야 할 자연을 파괴하는 어떠한 발상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자연은 미래에서 빌려온 장차 완성될 하늘나라를 위한 것입니다.

- 우리는 하느님께서 지으신 대자연을 사랑합니다. 설악산의 난개발은 전국토의 난개발을 의미합니다. 케이블카 정류장과 지주대를 설치하는 곳에는 다량의 콘크리트가 필요합니다. 하부정류장에서 상류정류장까지 수 킬로미터의 구간에 시멘트 운반 도로를 만들기 위해 중장비로 마구 파헤칩니다. 그곳에 사는 섬세한 소중한 생명들은 재앙을 맞게 됩니다. 우리는 위기에 처한 설악산이 무사하기를 기도합니다. 경제적 이익에 편승하여 설악산 개발을 찬성한 주민들이든, 난개발을 우려하여 반대한 주민들이든 이분들의 갈라지고 분열된 마음이 치유되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기도합니다.

아울러 대한성공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뿐만 아니라 핵발전소 문제, 열병합 발전소 문제, 골프장 문제, 밀양 송전탑 문제, 강정마을 문제 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곧 내게 해준 것이다.”(마태 25, 40)라는 그리스도 예수의 가르침을 따릅니다. 환경파괴가 힘없고, 기댈 곳조차 없는 이들에게 제일 먼저 더 큰 아픔으로 다가 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하느님의 백성이 고통 받고 창조질서가 파괴되고 있음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직시할 것임을 천명합니다.

2015년 11월 9일

대한성공회 생명과환경위원회
성공회 강릉교회, 성공회 원주교회, 성공회 춘천교회, 성공회 태백교회
성공회 춘천나눔교회, 성공회 원주나눔의집, 성공회 춘천나눔의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