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기도의 언어로 번역
우리의 삶을 기도의 언어로 번역
  • 정택은
  • 승인 2017.10.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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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에게 있어서 설교 준비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기도’일 것이다. 기도는 하나님과 더불어 나누는 대화이며 설교의 원천이 된다.

설교가 일방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말하는 대중연설이 아니고, 대상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독백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하나님과의 대화의 과정인 기도가 중요한 것이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과 기대를 회중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음성을 제대로 듣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토마스 아 켐피스는 이렇게 조언한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구하라. 하나님이 얼마나 선하신지를 자주 묵상하라. 세상에 있을 때 자주 잃어버리던 것을 기도실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헌신적인 사람은 침묵과 고요함 속에서 영적으로 성장하고 성경의 감추어진 내용들을 깨닫는다. 그곳에서 흘리는 눈물은 깨끗함을 가져다준다. 하나님은 잠시 물러나 있는 사람을 가까이 하신다. 예수님과 더불어 대화하라. 그분과 함께 그곳에 머물라.”

인격적인 하나님과 진정으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작고 세미한 음성에도 들을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의 귀를 열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에 따라 소리를 선별적으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기 엄마는 배고파 우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예민한 현대인들은 도시의 소음이 아무리 요란해도 바닥에 떨어지는 동전소리에 반응한다. 이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원초적 관심은 하나님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의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고 설교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성경이다. 성경은 설교의 일차 자료이자 동시에 기도의 보고이다. 성경에는 위대한 기도자들의 기도가 들어있다. 예수의 기도, 선지자들과 사도들의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를 돕는데 소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성경의 본문말씀을 가지고 묵상을 통해 그것을 기도의 형태로 재구성할 수 있다. 시편을 가지고 기도한다든지 바울의 기도를 가지고 암송하고 반복하는 것을 통해 기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성경묵상을 통한 기도는, 우리가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듣고, 하나님의 뜻을 좇아 생각하고, 우리의 삶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준다.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더 분명하게 드러나 지고 해석되어 진다. 성령께서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진리를 조명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읽은 성경과 이해된 내용을 가지고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성(聖)과 속(俗)을 나누는 이분법적인 신앙을 고수하는 이들은 올바른 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것들을 생각해서는 안 되고,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철저히 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치 비어있는 그릇의 내용물을 채우듯이 오로지 하나님만 생각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들에게 있어서 기도는 다른 사람들이나 세상을 피해서 따로 은밀하게 하나님과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하나님은 하나님이고 세상은 세상이다. 그러나 이렇게 기도와 삶을 분리해서 생각하면 우리는 하나님을 제한하고, 그 분의 능력을 축소하게 된다.

헨리 나우엔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은 하나님을 “우리의 일상에서 내어 쫓고 그분을 경건한 작은 벽장에” 가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진정한 신앙생활이란 삶의 문제를 피해서 신앙의 세계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은 어느 곳이든지 우리와 함께 하신다고 믿고 생활하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이며 동시에 올바른 기도의 자세이다.

기도의 영역도 세속적인 것과 영적인 것으로 나누거나 구별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는 신앙의 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속의 세계라고 하는 분열된 세계가 있을 수 없다. 신앙과 가정, 신앙과 학교, 신앙과 사업, 신앙과 직장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삶을 부단히 기도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삶을 기도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겪게 되는 일상의 사건마다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고 그것에 관해서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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