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성찰에 대한 마카리오스와 에바그리오스의 교훈(5)
내적 성찰에 대한 마카리오스와 에바그리오스의 교훈(5)
  • 김수천
  • 승인 2017.10.18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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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이후에는 에바그리오스의 교훈을 살펴 보려고 한다. 인간 내면에 대한 심리적 관찰과 이해에 탁월했던 에바그리오스는 인간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생각의 활동을 인간의 실존적 특징 중 하나로 이해한다. 인간은 잠자지 않고 깨어 있는 동안 늘 생각의 활동에 의해 지배 받는다는 사실을 에바그리오스는 깊이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의 활동과 지배는 심지어 잠자는 순간에도 꿈을 통해 지속된다. ‘정념 그리고 생각을 분별하는 것에 관하여’에서 에바그리오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분명히 마음이 순결한 상태에 있고 무정념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잠잘 때에 악한 환상을 경험하지 않으며, 다만 악하지 않은 기억의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 잠자는 동안에 기억은 몸의 참여가 없이도 영혼이 몸과 하나 되어 활동했던 상태에서 받아들이던 이미지들을 선동한다는 것을 우리는 또한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생각의 활동들 중 대부분은 무익한 것으로 참된 사고의 기능을 담당하는 지성이 영적인 기도의 세계를 감지하는 것을 방해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참된 사고의 기능은 아담이 타락 이전에 경험했던 상태이다. 아담은 타락 이전에 하나님이 주신 순수한 사고와 지혜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이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으라고 하셨을 때 주저함 없이 그 일을 잘 수행하였다. 그 결과 하나님은 모든 창조 후에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아담은 그 순수한 사고를 자신을 위해 오용하고 말았다. 선악과를 본 순간 자신이 그것을 먹으면 하나님처럼 선악을 분별하는 더 멋진 존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자 하나님은 그에 대한 심판으로 종일 수고하고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 이후 인간은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 끊임없이 궁리하게 되었고 그 결과 잡념으로 대표되는 생각들이 떠나지 않게 된 것이다. 기도에 관한 가르침에서 안타까운 우리의 모습에 대해 에바그리오스는 이렇게 말한다.

꽁꽁 묶인 사람이 달릴 수 없는 것처럼 정념의 노예가 된 지성은 영적인 기도의 세계를 감지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성은 정욕적인 생각들에 의해 끌려 다니게 되고 그래서 조용히 머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통찰의 바탕 위에 에바그리오스는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인간 내면에서 부정적인 생각들을 야기하는 원인은 크게 넷으로 나눌 수 있다. 사물, 생각, 열정 그리고 마귀다. 타오르는 질투와 같은 인간의 부정적인 열정들은 사물과 사람들에 의해서 자극된다. 하지만 에바그리오스는 세상을 떠난 은수도사(隱修道師)들 사이에서도 내면의 생각들에 의해 열정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들의 근원은 자기 사랑인데 이러한 자기 사랑으로부터 여덟 가지의 악한 생각들이 형성된다. 이 여덟 가지의 생각들은 식욕(gluttony), 육욕(fornication), 탐욕(avarice), 노염(anger), 낙담(depression), 게으름(acedia), 자만(vainglory), 그리고 교만(pride)인데 이 여덟 가지 죄악은 에바그리오스의 제자였던 요안네스 카시아누스(John Cassianus)에 의해 서방 가톨릭교회에 전파된 후에 서방교회에서 일곱 가지 죄악의 목록으로 정착되게 된다. 따라서 에바그리오스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생각의 활동에 의해 지배를 받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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