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가들이 경험한 신성의 빛(The Divine Light)의 의미(1)
영성가들이 경험한 신성의 빛(The Divine Light)의 의미(1)
  • 김수천
  • 승인 2017.11.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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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정교회의 성화들을 보면 예수님이나 제자들 또는 성자들의 얼굴 주위에 빛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동방정교회의 신성의 빛에 대한 관심을 잘 표현해 준다. 동방정교회에서 신성의 빛이라는 영적 모티브의 성경적 근거는 모세의 시내 산 체험과 예수님의 변화산 체험이다. 모세가 시내 산에서 하나님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하산할 때 그의 얼굴은 광채로 빛났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인 베드로와 요한, 야고보를 데리고 산에 올라가서 찬란한 빛을 발하게 된다. 동방정교회 전통에서는 이러한 신성의 빛이 실제로 신자들에게도 임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동방정교회 안에서 이 신성의 빛의 가르침에 관하여 신 신학자 성 시메온(949~1022)은 독특한 위치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성 시메온은 동방정교회 안에서 신학자로 호칭되는 세 명의 신학자 가운데 하나다. 첫 번째 신학자는 복음서의 저자인 요한이며, 두 번째 신학자는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오스다. 동방정교회 안에서 성 시메온의 신학적 위치에 대하여 버나드 맥긴은 12세기 이전까지 고백자 막시무스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신비주의 인물 중 하나로 평가한다. 성 시메온의 신비주의 신학의 특성은 성령의 임재를 통한 하나님과의 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시메온은 하나님과의 연합을 신성의 빛의 개념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 신성의 빛에 대한 가르침은 일찍이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오스와 포티케의 디아도쿠스 그리고 필로칼리아의 저자들에 의해 이어져 온 전통이었다.

이렇게 동방정교회 영성에서는 신성의 빛이 중요한 신학적 개념이지만 개신교회 신자들에게는 모호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기에 한번쯤은 그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앞으로 몇 주간 성 시메온의 가르침에 나타난 신성의 빛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이 신성의 빛과 관련이 있는 그의 기독론과 성령론을 먼저 고찰하고 이어서 신화 사상과 그것이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를 위해 신성의 빛에 대한 자신의 체험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시메온의 ‘믿음에 관하여’와 ‘신학적, 영지적, 그리고 실제적인 153장의 글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시메온에게 신 신학자라는 칭호를 부여한 동방정교회는 그의 생전에 그를 추방하기도 했지만, 이 같은 칭호는 시메온이 앞선 두 신학자들의 신비적 기도의 전통을 11세기에 이르러 계승한 것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성 시메온의 삶에 있어서 논란거리가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의 생애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시메온은 소아시아의 지방 귀족 가문 출신으로 유복한 가정에서 949년에 출생하여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정치적인 경력을 쌓기 위해 11세에 콘스탄티노플로 보내져 삼촌의 보호 아래 황실 근무를 준비하게 된다. 그는 콘스틴티노플 근처에서 14세에 경건한 시메온이라는 수도사를 만나게 되며 20세에 신성의 빛이 자신에게 임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27세에 제국내의 반란으로 시메온은 황실을 떠나 스튜디오스 수도원으로 피신하게 되는데 이때 다시 한 번 신성의 빛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수도사로서 입문하는 계기가 된다. 수도사가 된 후 3년 후인 980년에 수도원장으로 임명되어 사제직에 서임된다. 986년경 스승인 경건한 시메온이 사망하자 성 시메온은 스승을 기리기 위해 성 마마스 수도원에서 스승을 위한 미사를 드리기 시작한다. 이에 불만을 품은 30명가량의 수도사들이 교회 공의회에 고소를 해서 총대주교는 경건한 시메온을 추모하는 미사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다. 한편 시메온은 총대주교의 보좌 주교가 수도사들이 체험하는 신성의 빛과 무정념의 경지를 통해 거룩한 삶을 보여 주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해 1009년에 유배된다. 그의 추종자들은 그의 유배지에 그를 위한 수도원을 건설하고 성 시메온은 1022년에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수도 생활과 저술 활동을 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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