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의 밤, ‘네버엔딩스토리’
2017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의 밤, ‘네버엔딩스토리’
  • KMC뉴스
  • 승인 2017.12.15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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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생명을 이어받아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오늘 만나러 갑니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지난 12월 8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더 플라자 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2017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연말모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본부가 주최하고 한화생명이 후원한 본 행사는 생명을 나누고 떠난 가족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연말, 뇌사 장기기증인 가족들을 한 자리에 모시고 감사와 위로를 나누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번 행사는 ‘만남’을 주제로 기증인과 이식인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번 행사에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130여명과 각 장기 이식인 15명, 각 유관단체 및 관계자 등의 200여명이 참석해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도너패밀리 행사 최초로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그 이식인들이 직접 만나게 됐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통해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상진 씨에게 심장, 간, 신장, 췌장을 이식받은 5명의 이식인들이 김상진 씨의 어머니인 박기월 씨와 만남을 가졌다. 특히 뇌사 장기기증 유가족인 도너패밀리 130여명이 함께 모인 가운데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직접 만나게 된 것은 이번이 최초의 사례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상진 씨는 지난 2004년 11월, 갑작스럽게 뇌동맥류 파열로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졌다. 사실 김 씨는 이미 지난 1999년, 방송을 통해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느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어머니 박기월 씨는 아들의 생명나눔의 뜻을 이어주고, 짧은 생을 살다간 아들의 삶을 이어주고자 뇌사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이같은 고귀한 결정으로 김 씨는 신장 2개, 췌장, 간장, 심장, 각막 2개 등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렸다. 당시 신혼 2개월 차였던 새 신랑이었던 김 씨의 사연이 전해져 주변 이들을 더 안타깝게 했고, 당시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한 8만 명 가운데 최초로 실제 장기기증을 실천한 사례이기에 더 큰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교류 및 정보교환을 금지하고 있어 서로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김 씨의 장기기증 사례가 국내에서 큰 이슈가 돼 당시 국가에서 공익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최초로 기증인과 이식인의 정보공개를 허용했고, 이에 박기월 씨와 5명의 이식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감동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12월 8일 2017 도너패밀리 연말 모임 행사의 중요한 취지에 공감해 다시 한 번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상진 씨의 어머니 박기월 씨는 “나의 가족을 통해 누군가가 새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은 참 기쁜 소식인 것 같아요. 더불어 장기기증을 실천한 일이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이와 같은 마음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는 많은 도너패밀리 분들과 나누고자 이번 행사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김 씨로부터 췌장을 이식받은 임명순 씨는 “상진 씨로부터 췌장을 이식받고 여전히 건강하게 잘 살고 있어요. 아직도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아요. 그래서 매 순간 생명을 선물 받아 살아간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돼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김 씨로부터 심장을 이식받은 박정구 씨는 “저는 농사를 짓고 있어요. 생각 날 때마다, 작게나마 어머님께 농작물을 보내드리곤 했지만 이렇게 다시 뵙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돼서 기쁘네요. 상진 씨의 심장이 제 삶에서 뛰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들려드리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이 날, 샌드아트 최은준 작가가 이들의 만남의 의미를 담아 제작한 샌드아트 공연을 선보였다.

“우리는 편지로서, 저의 연주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이 날 행사에는 특별히 국내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은 이들의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지난 2004년 국내에서 심장을 이식 받은 이동규(30세)는 편지 낭독을 통해 기증인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 씨는 “기증인의 사랑에 감사하며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며 살겠습니다.”라고 편지 낭독을 통해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지난 2014년에 뇌사자로부터 췌장을 이식받고 새 삶을 살아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승진 씨(36세)가 이번 행사에서 특별 공연을 펼쳤다. 이 씨는 “건강을 되찾고 기증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제 기증인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행사에 참석하시는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두에게 저의 연주를 들려드릴 수 있게 돼 기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우리 마음 속 사랑이 만나 생명나눔의 기적을 이룹니다!”

한편 이번 행사의 주제인 ‘만남’을 표현하는 특별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무대 전면에 부착된 초록리본 트리 안에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과 이식인들이 순서대로 나와 자신이 갖고 있는 하트 전구를 부착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200여개의 하트 전구로 생명나눔을 상징하는 초록리본 트리를 가득 채우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한 뇌사 장기기증인들의 사랑을 기억하고자 마련된 이번 ‘만남’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되새겨 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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