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회 소회(所懷)
당회 소회(所懷)
  • 민돈원
  • 승인 2017.12.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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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회는 의회법이 있는데 그 안에 5개 의회인 당회, 구역회, 지방회, 연회, 그리고 총회가 있다. 이 중 가장 기초 단위가 매년 1회 개체 교회에서 열리는 정기당회이다. 이 당회는 사실상 엄밀한 의미에서 내가 보건대 지방회나 연회, 그리고 총회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고 무게감이 실려야 하는 시간이며 따라서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감리회 의결기관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 당회에서 뽑힌 임원들 가운데 좁혀서 각 속장, 부장, 선교회장 등이 포함된 임원들이 구역회원이 되는가 하면, 또 이 구역회에서 일부 소수를 지방회 회원으로 뽑아 보내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즉 당회의 인준과 의결 없이는 결코 개체 교회를 대표하여 지방회나 연회, 그리고 총회 대표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 인정받아야 외부에 나가서도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다. 또 그렇게 잘 하도록 사실상 그 교회가 위임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흔히 하는 말로 ‘집에서 세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센다.’라는 말로 비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당회를 존중하고 비중있게 여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이를 운영하는 기존제도에 소속된 우리가, 나아가 교회가 감리회 법과 혹은 교회 내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데 있다.
예컨대 그 사람의 평소 인품이나 헌신, 본이 되는 것은 차치하고 체면이나 인정, 심지어 혹시나 철새교인, 가나안 교인이 될까 염려 되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임원을 세우는 경우도 없지 않다. 다행히 그렇게 해서라도 나중에 영적인 철이 들어 더 잘하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있으리요?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당회를 거듭하다 보면 그 결과 임원의 질적인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이 이들이 지방회나 연회대표랍시고 가서 자리를 꿰차고 이름을 낸다고 한 들 교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대표인들 어찌 감리회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으랴?

이런 점에서 교회 규모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적어도 개체 교회에서 신천 집사, 신천 권사, 신천 장로를 세우고자 할 때는 자기 명분과 그 사람의 체면성 직분, 즉흥적인 선심성 자세를 지양하고 해를 거치며 오랫동안 지켜 본 후 장고의 과정을 거쳐 추천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절차를 무시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곳하게 보이던 사람이 시간이 흘러 어느 때부터 기득권의 변질된 노선에 길들여지면서 거드름 피우며 심지어 권력인 마냥 쥐락펴락하는 추태도 서슴지 않음을 본다.

사실 교회 안에서 직분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것은 감리회에서 규정한 자격에 준한 사람을 최소한 선별기준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교회는 감리회가 정한 법을 원칙으로 하되 지난해부터 교회 자체 내규를 만들어 시행할 것을 당회에서 의결한 바 있다.

따라서 담임목사로서 성도들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분명히 강조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감리회 경우로 국한해서 볼 때 기성교회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구조적인 문제 중의 하나인 직분중심의 폐단과 전락으로부터 개혁이다. 그렇다고 직분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적어도 그 직분이 점점 더 나은 단계로 올라가는 구조라면 그 사람의 일에 대한 열심만이 아니라 그에 앞서 그의 평소의 성품이나 생활에 있어서도 그 직분을 받지 못한 성도들보다는 단연코 본이 되고 나아야 한다. 동시에 직분중심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닌 직무와 직책에 따른 평가를 해야만 한다고 본다.

감리회에서 집사, 권사임기는 1년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직무를 수행하든, 하지 않고 있든 심지어 교회를 떠나있을지라도 마르고 닳도록 그 직분을 불러주는 대단한 너그러움(?)을 본다. 사실 세상 관공서나 직장에서는 전혀 통할 수 없는 일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교회내에서 은혜를 가장한 어설픈 관용으로 잘 못 길들여져 버린 적폐에 가깝다.

최근 우리교회 당회에서 극소수 신천집사, 권사를 교회내규대로 거수하여 집사는 과반수이상, 권사는 2/3이상의 찬성으로 새로이 선출하였다. 이것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절차를 소홀히 하려는 경향을 차단하고 절차와 과정을 소중히 하기 위함이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감리회만이라도 더 좁혀 개체교회에서부터라도 직분을 남발하지 말자. 그러려면 우선 직무와 직책을 유기하는 직분자를 떠받들고 있는 구태의연한 제도는 청산하자. 후배들을 위해 직책으로 주어진 자리는 양보하되 적어도 끝까지 이름 석자 뒤에 따라붙는 직분이 어떤 직분일지라도 -사실 1년마다 당회에서 재신임을 받아야 하겠지만 -세상과 달리 직분이 없어지지 않고 스스로 포기만 하지 않는 한 일평생 주어진 것 아니던가? 이에 과분히 여겨 자기에게 주어진 직분에 따른 의무를 말없이 더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감당 할 줄 아는 미덕을 갖춘 성숙한 임원으로 길이길이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 당회를 마치면서 갖는 소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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