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풍기 퓨즈가 주는 교훈
열풍기 퓨즈가 주는 교훈
  • 민돈원
  • 승인 2018.01.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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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풍기 내 문제가 된 퓨즈
▲ 열풍기
우리교회 예배당 안에는 지역이 워낙 추운 곳인지라 겨울철 난방장치가 3중으로 설치되어 있다. 우선 바닥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매설된 보일러시설(도시가스), 또한 작동 시 거의 무음에 가까운 장점이 있어 천장에 설치된 천장형 냉 난방기, 그리고 이들보다는 소음이 큰 단점이 있기는 하나 시간적으로 신속히 내부 온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열풍기가 그것들이다.

온도가 급강하되는 경우에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가동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영하의 날씨에는 천장형과 열풍기는 으레 가동해야 한다. 이들 가운데 특히 열풍기는 새벽기도회 할 때 차가운 내부 온도를 급속하게 높여야 하기에 매우 요긴하게 쓰이는 난방장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열풍기가 지난 몇 주 전부터 애를 먹였다. 이유는 작동이 되다 말다를 반복하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작동되는가 싶으면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예 전원 공급마저도 끊기는 등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에 수리 업체에 문의했더니 커버를 열고 흰색 캡 속의 퓨즈를 점검해 보라고 해서 그 곳을 툭 툭 쳤더니 다시 표시등에 불이 켜지면서 작동이 되었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또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기를 몇 주째 그러했다.

교회 일이 그렇듯이 관심있게 누군가가 수리할 수 있는 분도 있었지만 새벽기도회 나오지 않는 이상 이런 애로사항을 알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최근 혹한 추위로 인해 가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선이 연결된 단자 쪽이 접촉 불량인 듯해서 납땜을 해 보았다. 그래도 마찬가지로 복구가 되지 않았다. 강단에서 기도를 하다가도 문제의 원인을 생각해 보고, 그 앞을 지나가며 보면서 생각하면서도 어디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궁리하다 번뜻 떠 오른 게 ‘그러면 퓨즈를 교체해 보자’였다.

사실 그 전에 퓨즈를 빼서 위치를 바꿔 끼어 보기도 하고 수없이 그 부분을 툭툭 치기만 했지 새 퓨즈로 교체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외관상으로 볼 때 아무 문제가 없고 그 통 안에 선이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그대로 끼워 넣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주 사소한 그 퓨즈였다. 퓨즈 한쪽이 사진처럼 끊어져서 접촉 불량이었다. 그래서 툭 툭 치면 작동이 되다 말다를 반복했던 것이다. 새로운 퓨즈로 갈아 끼웠더니 언제 그랬는가 싶을 정도로 이상없이 지금은 정상적으로 작동이 잘 되고 있다.

나는 이 열풍기를 보면서 몇 가지 교훈을 얻는다. 신앙의 문제, 인생의 문제도 이와 같다고 본다.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때로는 큰 문제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소한 문제에서 비롯되기 십상이다. 이 퓨즈는 열풍기 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보기에는 그렇게 중요한 장치도 아닌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 퓨즈 하나의 선이 단절되고 접촉 불량 하나로 인해 전체 작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앙생활도 주어진 지극히 작은 일부터 성실하게 수행할 때 전체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가져온다. 내 사소한 문제가 있을 때 얼버무리지 말고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줄 아는 진실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교훈이다.

또한 어떤 문제이든 잘 들여다보면 해결책이 있다는 교훈이다. 곰곰이 생각하고 늘 고민하면서 내 일처럼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보면 길이 보인다. 이럴 때 시간이 필요하면 시간을 들이고, 물질이 소요되는 것 같으면 물질을 드릴 줄 알고,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런 사람을 찾으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문제는 애정이다. 관심이다.

그리고 신앙생활은 하나님과 접촉 불량이 되거나 단절되면 문제가 된다는 교훈이다. 이 열풍기의 작동 불능은 퓨즈 선의 보이지 않은 한 쪽이 단절되었기 때문이었다. 신앙생활 역시 건강하게 영적 성장이 계속되고 은혜 생활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접촉 불량이나 단절 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로 무엇보다도 예배가 단절되지 않는 일이다. 기도가 멈추어지고 단절되지 않도록 꾸준해야 한다. 말씀을 먹는 영적 양식이 역시 단절되지 않도록 우리 안에 이런 영적 부속장치를 두셨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들이 고장 나거나 불량하면 영적 작동이 멈추고 만다는 교훈을 얻었다.

열풍기가 작동이 안 된 이유는 여러 가지 그 안에 있는 부속 장치중 전원이 공급되도록 선과 선을 연결하면서 과부하가 걸릴 때 열풍기를 보호하기 위해 차단시켜주는 퓨즈에 있었다.

그런 점에서 교회 안에 이러한 퓨즈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우선 나와 같은 목사가 여기에 해당 될 것이다. 그리고 성도들 앞에서 본보여야 할 교회 핵심 멤버들, 이를테면 속회 인도자, 속장, 기획위원, 선교회장, 교사, 각 부장 등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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