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필리핀 교회의 현장
우리와 필리핀 교회의 현장
  • 민돈원
  • 승인 2018.02.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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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선교센타에 온 현지민들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닌 타국인을 만난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예외인 경우가 있는데 바로 복음이다.

나는 매년 최소한 한 번 선교현장을 나간다. 그러기를 2007년으로 기억하니까 금년으로 벌써 12년쯤 된 것 같다. 그곳은 바로 주로 필리핀 마닐라에서 1시간, 공항에서 승용차로 약 1시간 20분쯤 걸리는 카비테 주에 위치한 실랑지역의 선교센타이다. 12년전에 선교사님을 만난이후 줄곧 요청받은 집회를 위해 다녀오곤 한다. 지난 2월 첫 주에도 집회 차 다녀왔다. 대상은 필리핀 현지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집회와 신학생 강의 그리고 현지민을 위한 집회였다.

매년 이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일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대한항공에 해당하는 필리핀 항공 여객기 이용자들을 보면 한국 사람이 가장 많다. 따라서 아예 기내 방송을 할 때는 으레 영어와 한국어로 한다. 그만만큼 한국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나와 같이 선교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또 다른 부류는 한국보다 저렴한 골프도 치고 여행도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스페인은 16세기경 필리핀을 식민지화 하였다. 당시 무기를 앞세워 스페인이 무력으로 통치했고, 따라서 그들이 원해서 라기 보다는 식민지 국가가 되다보니 피동적으로 전체 인구의 80%이상이 스페인의 주종교인 가톨릭을 신봉하는 압도적인 가톨릭 국가가 됐다. 이런 까닭에 필리핀(Philippine)이란 나라 이름까지 스페인 국왕의 이름에서 연유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실제 필리핀 사람들 가운데 실제 성당에 다니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설사 가톨릭 신앙에 익숙해 있긴 해도 복음적이지 않다고 하는 것이 필리핀 선교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평가이다. 사실 길거리를 다니면서 흔히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것 중의 하나가 '예수님은 사랑이다'(Jesus is love.),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God is with us.)라고 쓰인 차량들을 심심찮게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문구에 걸 맞는 삶인가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즉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16세기에 들어온 복음이 제대로 전파되었는가는 지금의 이들의 삶이 대변해주고 있다고 본다.

내가 선교하러 간 지역은 도시는 아니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지역적으로 보면 아주 오지(奧地)도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지역이다. 그래서 집회중의 한 날 오전시간에는 선교사님이 나가서 그 지역에 광고를 했는지 어른, 학생, 어린이 합쳐 약80여명 남짓 금세 예배당으로 모였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쌀을 준다고 하니 가까운 마을에서 거의가 다 교회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나는 1시간 30분가량 복음을 전했다.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가 하면 예수님은 나를 죄에서 구원 하신 분임을 믿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약 70%가 손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교회를 나오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은 필리핀 사람들이 우리와 다른 점이 바로 이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는 물론 시골 어디를 가도 지금에 이르러 교회 나오면 쌀을 준다는 등, 먹을 것을 준다는 등 한다 할지라도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도 어린 갓난아이를 안고 나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건강 강좌 한다면 연세 드신 분들은 좀 모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도 요즘은 마을회관에서 보건소나 기타 기관에서 나와 다 해준다. 그러니 안 믿는 사람이볼 때 교회에서보다는 더 재미있는 일이 세상 밖에 즐비해 있다고 여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어지간히 살만큼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잘 살게 되다보니 복음, 주님과는 멀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만약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그렇다면 이건 보통문제가 아니고 매우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자신의 영적 문제이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물론 먹고 살기 힘들기에 교회 오라고 하니 100여명 가까이 몰려왔다. 이유야 어떻든 교회를 온 가족이 어린애들을 안고 올 수 있다는 것은 복음이 빵을 무시할 수 없음을 말해 준다. 그래서 그들에게 우리교회 선교경비 중에서 선교사님에게 식비를 드려 점심 한 끼라도 대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는 현지에서 애를 쓰는 선교사님들이 앞으로 두고두고 풀어야 할 지난한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이 일에 조금이라도 일조하는 마음으로 10년 이상 우리교회가 협력함으로써 감당해 오고 있다.

문제는 우리도 그렇고 필리핀도 마찬가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필리핀을 다녀올 때마다 갖게 된다. 그것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또는 사회보장제도가 건강과 노후의 문제를 보장해 준다고 거기에 기대고 사는 옹색한 삶으로서의 복음은 성경이 말하는 복음과는 너무 멀다. 다시 말해 복음이 수명을 다하는 그런 삶의 방편이라면 이미 그것은 변질된 것이고 다른 복음일 뿐이다. 그 이후에 전인격적인 삶의 가치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궁극적인 내 삶의 물음에 복음의 주이신 주님만이 내 삶에 목적이요 전부라고 하는 이 분명한 고백으로서의 신앙성숙이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가 일생 떠날 수 없는 교회현장을 비롯하여, 지역사회도 나라와 민족도 새롭게 함으로 희망을 줄 수 있는 진정으로 그토록 오늘 우리가 갈급해 찾고자 하는 주님의 이름을 높일 바로 그 한 사람이 그 누구라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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