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歲拜), 교회부터 회복하자!
세배(歲拜), 교회부터 회복하자!
  • 민돈원
  • 승인 2018.02.2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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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길에서나 어디에서든지 윗사람을 보면 인사를 하되, 특히 그런 어린이를 보면 기특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인사를 받은 사람은 기분이 흐뭇할 뿐 아니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느 경우는 그의 부모까지도 곁들여 칭찬하기도 한다. 부모가 교육을 잘 시켰기 때문이다.

윗사람에게 인정받는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인사일 것이다. 사실 돈 안 들고 돈 버는 비결중의 하나가 인사가 아닐까 싶다. 윗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공손히 찾아뵙고 인사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상에서 부조리하게 취급하는 빗나간 그런 인사 청탁과는 거리가 멀다.

엊그제는 음력 설날이었다. 세시풍속이라 해서 옛날에는 여러 가지 풍속이 있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시대와 문화가 바뀜으로 명절 풍속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래도 남아 있는 것이 있다면 대체로 믿지 않는 가정에서는 대개 차례(茶禮)를 지낸다. 차례란 돌아가신 조상에게 새해 인사를 올리는 의례이다. 믿음의 가정들은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시간을 갖는다. 이에 우리교회에서는 해마다 설날 가정예배 순서를 만들어 제공한다. 반면 설날에 생존해 계신 어른에게 드리는 인사가 있다. 그것을 세배(歲拜)라고 부른다. 세시(歲時)를 맞아 드리는 인사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자랄 때 부모님은 이 설날이면 일가친척을 찾아 으레 인사하러 가도록 교육하셨다. 그리고 이런 인사는 도시로 공부하러 부모 곁을 떠나있다 방학이나 명절을 맞아 집에 오는 날에도 반드시 친척 어른들을 찾아 인사하라는 말씀을 빼놓지 않으셨기에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 시행했다. 길거리 가다가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받아도 마음 흐뭇한 일이거늘 일부러 찾아와 인사하는 그에게 누군들 대견스럽게 여기지 않겠는가? 사회에서는 승진하거나 영전하게 되는 경우 관례적으로 그 방면에 어른이나 상사를 찾아뵙고 인사하러 다닌다. 그러나 이런 의례적이고 조직사회에서 일어나는 인사치레가 아닌 진정으로 존경과 공경의 마음을 가슴깊이 담아 인사드리는 이 미풍양속의 문화유산을 교회에서라도 잃지 않고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지난 설날 하루 전이었다. 사택으로 우리교회 청년 둘이 세 배 하러 찾아왔다. 그렇게 흔하지 않은 일인지라 한편으로 어색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 담임하던 교회에서 몇몇 집사님들 부부가 자녀들과 함께 새해 명절이면 꼭 사택을 찾아 세배를 하는 경우는 있긴 했다. 그러나 최근 담임하던 교회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던지라 그저 담담하게 여기며 지내왔다. 그러던 차에 찾아온 청년들이었기에 고마웠다. 그날 그들에게 내 아들에게도 그런 용돈을 준 적이 없던 세뱃돈을 복을 빌며 기쁜 마음으로 쥐어 주었다. 아마도 최근에 이르러 부임하고 난 이후 이들이 세배하러 오기는 처음으로 기억된다.

워낙에 세상이 그렇다고 하지만 교회도 점점 삭막해지고 있는 것이 다만 못내 아쉬울 뿐이다. 이는 인사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이전에 존경하고 닮을 수 있는 스승이 없이 산다는 것은 오늘 현대인들이 처한 슬픈 일이라고 보이기 때문이요, 동시에 믿음으로 사노라 하면서도 내게 평생 조언해 주실 영혼의 목자 없이 산다는 것 또한 가파른 세상을 살아가는 자들의 불행이고 고통을 우려하는 마음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라도 자녀가 모르면 부모라도 보여줄 수 있는 겸양적 자세로 영적지도력에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어릴수록 좋고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남을 세워주면 자신이 세워진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자녀들에게 보여주면 결국 좋은 부메랑 효과가 나타나 부모 자신의 권위가 세워지는 길이 된다.

가르치려는 선생은 많아도 따르는 제자가 희박하고 진정으로 스승이 부재한 학교, 재산은 많아도 재산 때문에 형제우애에 금이 간 가정, 교인도 많고 목사도 많으나 따르는 양이 없고 진정 내 영혼을 책임지고 존중할 목자가 없는 교회는 이 시대에 희망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설날 세배하는 명절 컨텐츠를 교회가 회복함으로써 이를 발전시켜 다시 잘 살려만 나간다면 불신과 냉담, 투쟁적으로 치닫는 이 사회의 어두움을 존경과 신뢰 섬김과 양보의 밝은 사회 모드로 전환하는 정신적인 가치로서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위대한 보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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