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교회도 좋은 차를 가지고 있네!(?)
시골교회도 좋은 차를 가지고 있네!(?)
  • 민돈원
  • 승인 2018.05.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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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현역에 있을 당시 평소 잘 아는 분 중에 공군 군종병과장(대령)으로 전역한 목사님을 교회에 초청하여 말씀을 들을 수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그 가운데 한번은 말씀 중에 교인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호텔주차장에서 있었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당시 그 목사님은 티코를 자가 운전하여 예식장 호텔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자 호텔 직원이 이곳에 이런 경차는 주차할 수 없다고 하면서 다른 곳으로 주차하라고 어이없는 안내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보란 듯이 주차 공간이 있어 얼른 주차하고 식장에 참석하였다가 얼마 후 돌아와 보니 이번에는 더 황당하게도 승용차가 다른 곳으로 견인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목사님은 그 이후를 자세히 이야기 하지 않고 여기서 끝났지만 호텔 측의 이런 처사는 아마도 그 호텔의 격이 주차하는 차종과 상관있었던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황당한 일들이 비단 이 목사님에게만 국한 되어 일어난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 속에는 승용차와 소유자사이에는 암암리에 이런 편견, 부인하기 힘든 자기과시와 존재감, 비교에서 오는 우월의식내지는 열등감, 그리고 자신의 대외적 이미지 등 미묘한 역학 구조가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실제 한국 사회구조가운데 관용차를 보더라도 직위가 높을수록 차종이 다르다, 그런가 하면 군의 장성, 영관급도 서열대로 차종 역시 등급이 다르게 지급되고 있음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마치 차종이 그 사람의 인격과 생활수준,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함수관계인 마냥 평가되고 있어 보인다.

지난 주 있었던 일이다. 승용차로 밖에 외출했다 교회 차고로 막 들어서는 순간 6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낯선 한 여인이 불쑥 던지는 말이다. ‘시골교회인데 좋은 차를 가지고 있네... ’ 하면서 똑같은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하는 소리가 또렷할 정도로 크게 들려왔다. 내가 가진 승용차는 지난 해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담임자 승용차를 교회에서 별로 부담 없도록 기타 옵션없이 무난하게 구입한 1500cc 쉐보레 말리부(색상 : 모던 블랙)이다. 구입한지 얼마 안 되었고 그다지 운행을 많이 하지 않아 신차처럼 산뜻하게 보이기도 한 것이 작용했으리라!

물론 가격이나 배기량 등에서 경차는 아니지만 그 여인 말마따나 등급이 높은 좋은 차만은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나타나 그랜저보다 가격이나 등급이 낮은 차에 속하면서도 성능은 그에 못지않고 차체 프레임이 부식에 강하다고 해서 구입한 승용차이기에 나로서는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고맙게 생각하는 차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그 여인이 악의 없이 그냥 무심코 내뱉은 그 말이었겠지만 그 말속의 편견과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를 엿보게 하였다는 점이 내내 나의 뇌리 속에 쉽게 떠나지 않고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이를테면 교회 규모가 큰 목회자는 자가용도 큰 배기량과 외제차를 몰고, 그보다 다소 규모가 작은 교회 목회자는 그 다음 등급의 승용차, 반면에 비전교회 목회자는 차는 크되 공용으로 사용하는 승합차내지는 경차로 도식화하는 우리의 풍토가 거의 공식처럼 서열화 되어 있는 거기에 이 여인의 눈에 보인 시골교회치고는 의외였나 보다.

이렇게 비교하는 편견은 교회에만 국한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정서이다. 어떤 사람은 수입이 변변치 않은데 직업상 남에게 보이기 위해 고급 외제차 내지는 재벌 회장 정도 가질 수 있는 자가용을 소유한 자가 있다. 이렇듯 만약 차종으로 사람의 지위와 인품을 비교 평가한다면 이런 모순과 비인격화가 또 어디 있겠는가?

다시 말해 차격과 그 사람의 품격은 더러 일치하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자체가 물건을 인격과 비교한다는데 논리적으로도 전혀 모순되고, 더욱이 인격을 배기량과 값에 비교한다는 것 또한 얼마나 비인격적인가 하는가를 반증해 준다.

차종과 교회 사이즈, 연봉, 나아가 사회적 신분으로 그 사람의 고귀한 인격을 일렬로 줄 세우기함으로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려는 우리 사회 만연된 편견과 독선, 경박함, 그리고 오만한 우월감으로 겹겹이 포장된 탈을 벗어야 할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때이다. 그래야 그동안 정작 그 사람 속에 감추어진 흠집 낼 수 없이 고귀한 사람다운 사람의 진정성을 바로 보는 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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